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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문화원의 독립원사가 2021년 11월 17일 낙성되었다.
2019년 11월 18일 첫 삽을 뜬지 정확히 2년 만에 준공된 것이다.
1986년 가평문화원이 창립된 지 실로 35년 만이며, 실제적인 가평문화원이 태동 된 기점을 1983년으로 볼 때 무려 3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문화원은 1947년 10월 문을 연 강화문화원이다.
1950년대 초 미국 공보원 산하의 공보관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문화 활동을 하였는데 당시의 명칭은 문화관, 공보관, UN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1962년 한국문화원협회가 결성되어 정부공인기관으로서 국가문화정책의 기초를 수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시작하였다.
70년대는 경제개발을 바탕으로 전통문화예술의 복원에 중점을 두었고, 8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지역문화를 빠르게 진흥시켰다.
90년대 문화정책은 부문별 종적 발전에서 전 국민이 함께 나누는 문화복지의 횡적 확대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그 결정체가 1997년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되어 법적 특수단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즉, 전국 1개 시⋅군⋅구에 하나의 문화원만을 설립하여 지역문화 창달의 중추적 기관으로서 지방문화원의 위상이 확립된 것이다.
오늘날 전국 231개의 지방문화원이 수평적 네트워크화 되어 지역문화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상의 지방문화원 약사(略史)에서 보듯이 가평문화원도 80년대 초 가평 향토문화의 부흥을 위한 몇몇 향토사학자를 중심으로 1983년 3월 15일 가평 향토문화사업추진협의회(加平鄕土文化事業推進協議會)를 결성한다.
협의회는 「가평 향토문화의 좌표설정(座標設定) - 그 의의(意義)와 방향제시(方向提示)」의 21쪽으로 엮여진 소책자를 타자체로 발간하였다.
발기취지문(發起趣旨文)의 첫 어절은
“향토(鄕土)는 고향(故鄕)이요, 문화(文化)는 전통(傳統)이다”라고 명기함으로써 가평 향토문화의 설정과 사업추진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당시의 가평 향토문화의 좌표설정 중 사업목적과 방침의 정신을 살려 한자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事 業 計 劃
1) 目的
우리 加平郡의 固有한 鄕土的인 史蹟과 遺跡을 發掘하고, 保存하며, 開發하여 傳統的인 얼(精神)을 保護하고, 더불어 傳統文化의 創造的 繼承과 우리 고장 住民의 愛鄕意識의 啓發에 寄與함을 目的으로 한다.
2) 方針
特有하고, 個性 있는 鄕土文化 暢達의 發展的 土着化와 永續化를 爲하여 加平文化院의 設立과 住民들의 文化的 慾求를 充足시켜주기 爲하여 鄕土 社會敎育의 各種 文化行事를 開催한다.
그리하여 傳統文化의 發展을 基本的으로 硏究하고, 定立하려는 知性의 殿堂이 되고, 敎育시키는 活動舞臺가 되도록 한다.
3) 計劃
① 우리고장의 鄕土文化의 實像을 調査하고, 檢證하여 鄕土文化로서의 基盤을 構築한다.
② 3.15~3.16 獨立運動, 自由反共運動, 反共學生義擧, UN參戰國 血盟關係의 記念事業을 推進한다.
③ 加平文化院의 設立을 促進시킨다.
④ 鄕土史誌 및 加平文化誌를 發刊하여 普及한다.
⑤ 鄕土祝祭를 實施한다.
⑥ 鄕土文化 藝術을 積極開發하여 進興시킨다.
⑦ 鄕土發展을 爲한 公聽會, 講演, 세미나등 各種行事를 開催한다.
⑧ 鄕土文化 發展에 功績을 남긴 人物을 顯達 表彰한다.
⑨ 外國의 文化機關과 協調下에 民主友邦諸國의 文化를 紹介認識시킨다.
⑩ 以上의 事業을 推進하는데 따른 財源確保를 爲해 收益事業을 別途로 推進한다.
1983年 3月 15日 筆子(共筆) 同發起提案者
加平郡 加平邑 梨花里 申 鉉 晶
加平郡 北 面 梨谷里 崔 寅 和
이후 협의회는 3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1986년 가평문화원 설립취지문을 발표하고 가평문화원을 창립한다.
역시 당시의 한자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加平文化院設立趣旨文
加平郡 固有의 鄕土文化를 啓發하고 이를 傳承시켜 未來創造의 슬기로 삼고, 地方文化事業의 開發, 宣傳. 事業 等 諸 文化事業의 促進은 물론 이의 圓滑한 推進을 爲한 專擔機能이 切實히 要求됨으로 民法 第32條, 地方文化造成法 第2條에 依據 加平文化院을 設立 運營코자 함.
위의 定款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발기인이 서명날인 한다.
최돈철 신현정 민재만 장명순 김봉규
조병관 유인상 최영도 신득성 김명기
이렇듯 가평 문화원의 출발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뜻있는 몇몇 지역문화 인사들의 의하여 태동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는 문화원은 다른 건물에 더부살이의 연속이었다.
1983년 가평향토문화사업추진협의회의 간판은 읍내리 471번지(현 하나로마트)에 걸었고, 1986년 가평문화원 창립사무실은 읍내리 505-2번지(현 해병대전우회)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지만 얼마 후 읍내리 574-2번지(현 가평초교병설유치원)로 전전하였다.
1999년부터 현재의 가평문화예술회관(시설관리공단)에 입주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평문화 초대 최돈철(崔燉喆) 원장(1986~1990), 2대 신영범(愼英範) 원장, 3대 신현정(申鉉晶) 원장(1995~1998), 4,5대 신일균(申一均) 원장(1999~2006), 6,7대 조정현(曺正鉉) 원장(2007~2014)에 이르기까지 역대 원장들은 문화시설의 빈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독립문화원사의 건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무위로 그쳤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5년 취임한 제8대 김만종(金萬鐘) 가평문화원장은 가평 문화인들의 염원을 모아 ‘독립 가평문화원 추진사업단’을 설립하여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재정악화로 인한 중단위기 등 온갖 역경을 맞이하면서도 독립원사를 건립하겠다는 의지 앞에 어떤 어려움도 가로막을 수 없었다.
그 결과 2019년 11월 18일 역사적인 「가평문화원사(加平文化院舍)」 개토제의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경기도 31개 문화원 중 20번째로 독립원사를 건립하게 된 것이다.
가평문화 역사(歷史)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여정이었다.
향토문화와 지방문화원의 개념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과정의 산물’ 또는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적 구조’로 정의하고 있다.
너무 현학적(衒學的)이거나 추상적인 개념이다.
필자의 문화의 대한 정의는 단순하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내 가족, 집, 밥 먹는 것, 이웃끼리 부대끼며 사는 것이 문화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우리 동네의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 세시풍속, 마을제사, 품바타령, 전설, 족보, 지명, 살풀이, 회다지 등 등 일반 백성들의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이 담겨진 것이 향토문화다.
곧 향토사는 거대담론의 국사(國史)가 아니므로 거창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문화원은 무엇하는 곳인가?’라는 물음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대백과 사전은 ‘각 지방의 향토문화 창달을 위하여 일정한 시설을 가지고 문화 및 사회교육 사업을 실시하는 비영리 특수법인체’로 규정하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보다 쉽게 접근하자면 ‘우리 공동체 삶의 흔적이 녹아있는 향토문화를 한 군데 모아 기록하고 이를 실천적 개념으로 실현하는 공간’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지방문화원의 역할과 한계
광의(廣義)의 문화에 대한 개념과 문화원 역할에 관한 시각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향토문화, 향토사, 향토예술 등으로 국한하여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중심에 지방문화원이 있다.
1965년 제정된 「지방문화사업조성법」에 표기된 문화원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은 ‘향토문화를 계발, 보급, 선전’하는 사업이었다.
또한 반세기가 지난 현재의 가평문화원 표준정관에 명시된 목적도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 조사 및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은 문화원의 목적 달성을 위한 9개의 사업항목(정관 제4조)이 문화원에서 실행해야 할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방문화원의 한계를 노정(露呈) 시키고 있다.
다시 말하면 향토연구, 조사, 선양의 명목으로 외부의 압력이 가해지는 수동적인 공간, 중앙에 의해 주변으로 규정된 종속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향토사는 특정계층(유력인물, 가문중심)과 유명한 것만을 기록하는데 편중되어 있고, 향토문화의 선양은 읍지류(邑誌類)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평문화원 제2의 도약을 위한 제언
인류의 역사는 서사적 전개와 변화의 반복이다.
변화는 ‘어떤 계기(契機)’를 반드시 동반한다.
가평문화원의 제2의 도약을 위한 계기는 38년 만에 독립청사를 갖게 된 것이다.
‘독립(獨立)’은 홀로 서는 것이다.
다만 홀로 서는 것이 물리적 개념이 아닌 다른 것에 예속되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지방문화원이 지닌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그 지역의 특성, 구성원에 따라 해법을 모색해 왔다.
가평문화원 역시 기존에 논의되었던 지상(紙上)에서의 활성화 방안은 가평문화 관계자들에 의하여 각인되었으므로 본고에서는 재론 않기로 한다.
다만 가평문화원 제2의 도약을 위한 필자의 생각 몇 가지를 제언코자 한다.
첫째 문화는 번져야 한다.
물이 역류하거나 고여 있으면 홍수가 된다.
문화가 번지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은 메마르거나 식어간다.
가평문화의 다채로운 빛깔을 만들어 그 문향(聞香)이 천리까지 번지도록 힘써야 한다.
둘째 달라져야 한다.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眼目)이 없으면 달라질 수 없다.
안목은 ‘말의 상찬(賞讚)’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해야 하는 명제 앞에 몸부림 쳐야 한다.
셋째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
문화는 특정인물, 단기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뚝배기보다 장맛을 찾는 것은 숙성된 된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젊어져야 한다.
가평 문화광장에 청춘의 피가 끓어야 한다.
물리적 노쇠(老衰)가 아니라 젊은 생각을 지닌 ‘문화 끼쟁이’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문을 활짝 열어놔야 한다.
문화원 앞마당이 역동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공부해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마련이다.
배움에는 어떤 조건을 붙이면 안 된다.
문화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오는 문화가족이다.
끝으로 百萬買宅(백만매택) 千萬買隣(천만매린)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백만금을 주고 집을 구입하였는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천만금을 주어도 좋은 이웃들과 함께 사는 것이 참된 가치라는 뜻이다.
가평문화원이 새 건물을 지어 화려하고 멋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원을 찾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제2의 비상(飛上)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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